『백치 아다다』는 계용묵이 1935년에 발표한 대표 단편소설로, 한국 근대문학사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함께, 인간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명작으로 꼽힙니다. 본 글에서는 계용묵의 문학세계 전반과 함께, 『백치 아다다』에 담긴 문학사조적 배경, 상징적 장치, 주제의식 등을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계용묵의 문학세계와 작가 의식
계용묵(桂用黙, 1906~1964)은 일제강점기 조선 문단에서 사실주의 문학을 추구했던 대표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의 작품은 주로 식민지 조선의 현실과 사회적 약자의 삶을 정면으로 다루며, 문학을 통해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성찰을 시도합니다. 초기 작품에서는 일상의 단면을 고요히 포착하는 감각이 돋보이며, 점차 상징과 풍자, 아이러니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작풍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의 대표작인 『백치 아다다』는 당시 사회의 계급 구조와 여성에 대한 편견, 장애에 대한 차별 등 다층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단순한 피해자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인간성 회복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점에서 특별합니다. 계용묵은 이 작품을 통해 ‘백치’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사회적 타자의 존재를 통해 진정한 순수성과 인간 본성의 위대함을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그는 문학을 통해 현실을 폭로하고, 인간의 감정과 윤리적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함으로써 한국 근대문학의 사실주의와 상징주의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습니다. 계용묵의 문학세계는 단순한 고발 문학이나 감성문학이 아닌,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사유가 녹아든 구조화된 세계관을 지닌 고전적 깊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문학사조 속의 『백치 아다다』
『백치 아다다』는 크게 사실주의적 서술과 상징주의적 표현이 공존하는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당시 한국 문단은 자연주의와 사실주의의 영향 아래 있었으며, 계용묵 역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단순한 재현에 그치지 않고 문학적 장치들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사실주의 측면에서는 ‘백치’로 묘사되는 주인공 아다다가 어떻게 사회로부터 소외되고, 타인에게 이용당하고, 결국 비극을 맞이하는지를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합니다. 특히, 아다다가 결혼을 통해 인간 사회에 편입되려 하지만, 남편이 그녀의 순수함을 경제적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당시 여성의 위치를 단적으로 드러내며, 성차별과 빈부격차라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한편, 상징주의적 요소는 ‘백치’라는 설정 자체에서 비롯됩니다. 아다다는 지적 능력이 부족한 인물이지만, 역설적으로 누구보다 순수하고 진실된 감정을 지닌 존재로 그려집니다. 이때 '백치'는 단순히 장애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세속적 가치와는 동떨어진 ‘본질적인 인간성’을 상징하는 장치로 사용됩니다. 그녀가 끝까지 금전적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설정은 돈 중심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내포하며, 작품은 독자에게 “과연 누가 진짜 어리석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백치 아다다』는 단순한 서사 구조를 넘어, 한국문학사에서 상징과 사실의 조화를 통해 심오한 인간 탐구를 시도한 대표작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백치 아다다』에 담긴 상징과 메시지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상징은 바로 주인공 아다다의 '백치성'입니다. 이는 단순히 정신적 장애를 가진 인물이 아닌, 오히려 이기심과 욕망에 물든 사회 속에서 순수함과 본질적 인간성을 상징하는 기호로 작동합니다. 아다다는 타인을 의심하거나 해치지 않으며, 순수한 애정과 헌신을 보여주는 존재입니다. 반면, 그녀를 이용하는 남편 ‘조홍’은 돈과 출세에 눈이 먼, 당시 사회 전반의 가치관을 대표하는 인물로 묘사됩니다. 또한, 아다다가 말미에 결국 ‘돈’이라는 물건을 품에 안은 채 강물에 빠져 죽는 장면은 강렬한 상징성을 띱니다. 여기서 ‘물’은 정화와 죽음, 동시에 자궁적 공간으로 해석되며, 아다다는 죽음을 통해 다시 ‘본래의 순수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타락한 세속 사회에서 벗어나는 해방이자,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진정한 ‘순수의 승리’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계용묵은 이 작품을 통해 현실 비판과 인간 탐구, 철학적 메시지를 동시에 담아내며, 한국 근대소설이 단지 서사 중심이 아닌 사유의 공간으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백치 아다다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오히려 모든 것을 초월한 영적 존재로서 해석될 여지를 남겨두고,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결론
『백치 아다다』는 단순한 감정적 비극이 아닌, 계용묵의 깊은 문학적 사유와 상징성, 그리고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모두 담은 명작입니다. 이 글을 통해 계용묵의 문학세계와 작품의 다층적 의미를 이해하고, 한국 근대문학의 가치와 깊이를 다시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